대게 : 겨울별미
대게
대게, 겨울별미다. 올 설에도 어김없이 이여사님의 큰손은 빨리도 움직이셨다. 사위들 온다며 대게 두 박스를 사나르시고 갈비 몇십만원치 사놓고 부족할까 걱정하시는 모습에 아버지와 나는 혀를 내둘렀다. 아닌게 아니라 떡볶이를 좋아하는 막내딸을 위해 떡볶이 해주셔서 한 접시 싹 비웠더니 부엌에 더 있다 하셨다. 총총 갔다가 우리집 부엌이 분식점이 된 줄 알고 그 자리에 꺼억꺼억 숨넘어가게 웃었다. 과장 조금 보태서 한 대야를 해놓으셨다. 셋이 먹을 떡볶이를 30인분을 하셨다. 이여사의 큰 손은 유명하다. 여튼 올해 설에는 대게파티를 할 거라 미리부터 준비를 명하셨기에 기대하고 있던 찰나, 정말 집에서 대게를 삶아 먹을 줄이야...
대게
대게라는 이름은 발의 모양이 대나무의 마디와 같이 이어져 있는 데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껍질이 얇고 살이 많으며 맛이 담백하여 게찜, 게탕, 게구이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대게다. 대게를 삶을 때는 반드시 죽어 있는 대게를 사용해야 한다. 만약 살아 있는 대게를 그대로 솥에 넣고 찌게 되면 대게가 삶기면서 몸을 비틀어, 대게의 다리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몸통 속의 게장이 쏟아진다.
*궁합음식 : 배추다. 대게는 비타민이 거의 함유되어 있지 않은 산성 식품이므로 배추와 같은 알칼리성 식품과 같이 먹으면 궁합이 맞는다.
*다이어트 : 껍질에 많이 든 키틴은 체내 지방 축적을 방지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으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허약체질에 좋다.
(정보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삶겨진 대게는 빠르게 식탁 위로 날라졌다. 오랜만에 모인 온가족은 서로 대화할 겨를도 없이 가위질에 정신이 없었다. 대게 초보라, 다들 가위질도 서툴고 살 발라먹기도 바쁜 와중, 이리저리 게살이 튀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리저리 오가는 대게살이 가족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두툼한 살 곱게 발라 아부지 한 입, 이여사님 한 입, 형부 한 입, 조카들 한입.. 다리살 꼼꼼히 발라먹고 몸통 쪽쪽 빨아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무엇보다 이 얼마만에 원초적이고 본능적으로 음식 앞에서 열손가락을 써보는지.. 뭔가 격식, 체면, 나를 옥죄는 모든 것으로부터 내려와 아구아구 먹는 것이 꽤 짜릿했다.
살이 오를때로 오른 대게가 한 찜, 두 찜, 세 찜 나와서 잠시 냄비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냄비 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점점 손질이 능숙해진 사람들은 서로의 잘 발라진 대게살에 감탄도 그만한 채 배불리 속을 채우기에 바쁘다. 어미새가 새끼새들 모이 주듯, 아버지는 당신 배 채우지 않으시고 자꾸 접시 위에 발라진 대게살만 차곡차곡 쌓으신다. 이제 드시라는 성화에 한 두 점 드시다가 또 모으신다. 나중에 소주 안 주 하시겠단다. 에이, 거짓말. 큰언니네 오면 줄 거면서..
대게 앞다리살이다. 두툼하니, 적당히 간이 되어 입 안에 가득 넣어도 짜지 않고 담백하다. 바다 냄새가 아주 그만이다. 가끔 바닷가 산책을 나가면 횟집 앞에 대게찜을 하는 것을 보는데 그 연기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뚜껑이 열리고 잠시 안개가 걷히면 보이는 빠알간 대게 등딱지가 아주 입 안 가득 침을 고이게 한다. 내 눈앞에 산처럼 쌓인 대게를 보니 벌써 배가 부르다.
이여사님 감사해요.
이여사님 덕에 넉넉할 줄 알았던 대게는 딱, 적당히, 모두의 입을 충분히 즐겁게 할 정도의 양이었다. 배불리 먹고 얼큰히 취한 분들을 위해 대게라면 준비! 아쉽게도 사진에 남기지 못했다. 대게살에는 관심없던 조카들이 라면 앞에 모이는 바람에 정신없이 나도 합류!
크게 한 입 물고도 다 들어가지 않아 남은 부위, 왜 맛살이 그런 모양인지 이제 알겠다. 겨울별미, 대게 온가족 잔칫상에 올라가기 딱! 남은 대게다리와 몸통으로 얼큰하게 끓이며 10만원짜리 대게라면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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