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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눈꽃여행

제주 몸국과 제주 동백꽃



한달 만에 다시 제주를 찾았다.

이번엔 한라산이다.

제주 눈꽃여행, 나름 명명해보았다.

스무살의 나는 대학사진동아리 원정으로 찾은

제주에서 한라산을 가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워했었다.

연 1회, 제주 한라산 등반을 시작하면서

제주는 나에게 정말 가까운 곳이 되었다.

특히 한라산, 첫 한라산을 밟은 것이 스무살이

아닌 것이 다행이 되기도 했다.

한 겨울, 제주 한라산 눈꽃여행을 위해

제주를 다시 찾았다.

한파가 한반도를 강타한 바로 그때,

올해는 꼭 백록담을 보리라

올해는 꼭 눈보라를 보리라

아이젠을 구입한 보람을 느끼리라

기대와 바램은 컸지만

사실 걱정과 불안도 있었다.


그래도 여행은 늘 설렌다.

제주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은 

속이 꿀렁꿀렁하면서

약간의 두통이 일고

이륙 전 흔들리는 기체 속에서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완전하게 받아들인다. 



이 작은 창으로 보이는 세상은 정말 넓고 높다.

그래서 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면서

중요한 그 무엇이 되기도 한다.

유연하기도 하고 견고해보이기도 하고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온갖 잡념에 빠지다가

어느 순간 픽, 잠이 든다.

눈을 뜨니, 제주다.



우리를 태우러 온 공항버스,

비행기활주로에서 공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정말 번거롭고 귀찮지만

막상 저 넓은 활주로에 서니 기분이 또 새롭다.



한파라고 했지만 제주까지 이런 날씨일줄이야.

하늘의 구름이 그날의 날씨를 알려주듯이,

제주는 정말 추웠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처음 만난 제주의 바닷바람은

차다 못해 날이 서 있었다.



저 활주로 끝에 제주바다가 보인다, 아니 있다.

이 활주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하늘과 바다를

매일 보겠지. 탁 트인 공간에서 하늘을 마주하는 기분이란

짜릿하면서도 무섭고 경이롭고도 감사한 경험일 것이다.



렌트한 차를 찾고 서둘러 식당을 찾아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프니 제주의 풍경도

그저 우리 동네랑 똑같아 보인다.

서둘러 찾아간 그 곳, "김희선 몸국"은 일요일에는

쉰다는 푯말이 우릴 반겨주었다.

헛헛한 웃음과 멋쩍은 미소로 애둘르고나서

바로 근처 식당을 찾았다.

꼭 맛집일 필요가 있는가.

누군가는 여기서 밥을 먹을 것이고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셨고

단골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지금은 그 무엇이라도 맛있을 것임을 알기에..

고민없이 찾은 그 곳, 그 식당에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동네 식당이었다.

할머니께서 요리를 하시고 할아버지께서

주문을 받고 반찬을 날라주셨다.

친절한 말투와 제주스러운, 옛스런 인테리어?

인테리어라기 보다 그저 집에 있는 농과

이런저런 액자들, 테이블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런 동네 식당이었다.



밑반찬이 먼저 나온다.

빨갛고 입맛을 돋우는 반찬들이다.

그 중 도라지무침, 양파껍질같은 비쥬얼의 씁씁하고 

묘한 중독성의 맛을 가진 반찬들이 있었다.

에피타이저로 그만이다.

고픈 배를 부여잡고 도라지 한 개, 김치 한 쭉

집어먹으며 입안 운동을 한다.



제주 몸국을 먹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기에

목적달성! 그 유명하다던 김희선 몸국은 아니었지만

여기도 좋다.

입에 씹히는 맛이 있으면서

얼큰한 국물 들이키니 

제주 한파도 달아난다.



몸은 모자반이다.

모자반은 해조류 중의 하나로 겨울별미로 알려져있다.

가지에 성냥머리 같은 작은 풍선 모양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데, 단백질과 칼슘, 철분, 요오드

성분이 많고 비타민, 다당류를 많이 가지고 있다.

몸국은 모자반국이다.

몸국은 제주도의 향토음식으로 예전에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돼지를 잡아 고기나 내장 삶은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여 김치나 시래기를 함께 넣어 먹었다.

김치와 해초맛이 어우려져 걸쭉하고 얼큰한 맛을 낸다.




리영식당

제주 제주시 흥운길 51

(용담2동 364-52)

매일 7:00~21:00



배가 부르고 나니 이제야 제주가 보인다.

눈이 오고 있었구나.

눈이 쌓이고 있었구나.

내 고향 부산에서는 보기 힘든 눈이

여기에는 가득하구나.

부산촌년, 눈이 내리는 걸 보니 감상에 젖는다.

달리는 차 안 빵빵한 히터에

밖을 쳐다보니 여행 온 기분이 확 든다.



눈이 쌓여 하애진 들판 위를 미친년처럼 

달리고 싶은 건 눈을 자주 보지 못하는

부산촌년이라서 그런걸거라 생각한다.



특별히 렌트한 차량, 올해 차를 바꿀거라

고민하던 차로 렌트를 해서 달려봤다.

와우, 좋다. 그래, 결심했어!


시내에서는 30,40분 달리는 것이 그리도 지겨운데

여행지에서 50분, 1시간 달리는 것은

왜 지겹지도 않고 그 시간이 설레고 기분이 좋을까.

이 긴 시간을 달리고 달려도 나는 이곳을 여행중일 거니까.



남자치곤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우리는 동박낭을 찾았다. 동박낭? 뭐냐면 카페다.

제주의 1,2월에는 동백꽃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볼 수 있는데 제주 내 몇 군데 있지만

날이 추워, 혹은 너무 늦게 와서

동백꽃이 많이 졌을 거라 했다.

어찌어찌 식후 커피 한 잔 먹어줘야 하는

현대인이기에 차 한잔, 동백꽃 한 눈 하러

1시간을 달려 동박낭을 찾았다.



동박낭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275-2

위미리 956-3



정원이 넓고 카페 앞 동백꽃이 이쁘게 피었다.

너 참 이쁘구나.




동백꽃이 밖에도 안에도 가득하다.

2층을 올라가는 길,

3층을 야외 테라스, 추워서 올라갈 엄두도 못냈다.



따뜻한 바닐라 라떼 한잔과!



차가운 동백밀크티 한 잔, 아니 한 병!

요게요게 별미였는데

요거트 같으면서도 달달하면서도

건강한 느낌이 들면서도

맛이 좋았다.




저기 보이는 건 별관, 별관은 좀더 아늑하고

아담한 느낌이었다. 우르르 사람들이 저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다가 사라지는 틈을 타 사진 한 컷!

건물과 건물 사이 넓은 공간,

동백꽃이 여기저기, 저기 건물 왼쪽으로 보이는 귤나무들

진짜 귤이 열려 있었다. 신기방기!



제주 눈꽃여행의 첫날이 지나간다.

다음날 진짜 눈꽃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한라산을 올라간다.

무사히 어느 누구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잘 다녀오기만을 바래본다.

해는 지지만 동백꽃은 여전히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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