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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보여행

남구 용호동 이기대

Black and White



또 다녀왔다.

이기대 해안산책로.

지난달 방문했을 때, 함께 간 친구의 건강문제로

도중에 돌아와야 했던 게 아쉬웠던지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자고 연락이 왔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감기기운에

전날 일을 일찍 마쳤음에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땐,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그래도 찬 희한한 건,

그래도 일어나게 되더라는 거다.


산책은 좋다.

산은 좋다.

자연은 좋다.

주에 한번은 꼭 걷거나 산에 가고 싶다.

소소한 일상의 바램이다.




오륙도 스카이워크

부산시 남구 오륙도로 137

용호동 산197-4

매일 9:00~18:00



이기대 해안산책로의 시작과 끝은

오륙도 스카이워크와 용호동 동생말 또는 섭자리다.

우리는 지난번과 같이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시작했다. 한파라는데 참 사람도 많다.

히말라야 올라가는 사람들마냥

등산장비 갖춰 입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두번째 포스팅이라

색다르게 흑백으로 올려본다.

흑백사진의 매력에 대해 밤새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최강한파로 미세먼지가 들어오지 못하다던데

정말로 하늘이 맑다 못해 시리다.

대학 사진동아리를 하며 암실에서 살다시피 할 때

지겹도록 들었던 존시스템

완전 흰색에서 완전 검정색까지 열개의 존(Zone)으로

나누어 농도조절을 함으로써 피사체의 노출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든 방법이다

존시스템의 10개의 존, 되도록 많은 존이 한 장의 사진에

표현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때,

무수히 많은 필름과 인화지를 소비해가며

흑백세상 속에 살았다.



겨울은 겨울이다.

사진 속 겨울의 차가움이 비집고 나오듯

날은 무척이나 추웠다.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라 햇볕에 얼굴은 잠시 

녹일 수 있었지만 옷 사이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겨울바람은 이겨낼 수 없었다.

등산자켓에 등산화, 히트텍까지 챙겨입었지만

왠지 제주 한라산보다 더 추운 것 같았다.



이쁘다. 참 이쁘다.

 좋다.

좋다. 좋다.

좋다. 좋다. 좋다.

좋다. 좋다. 좋다. 좋다.

그저 입에선 '좋다'란다.

그 추운 날씨에 얼굴과 귀가 얼얼한데도

이기대 해안산책로 위에서 만나는

풀이, 나무가, 겨울가지가, 바닷빛이

이쁘고 좋고 좋다.


출퇴근 길, '춥다,춥다' 연발하게 만드는 겨울바람도

여기선 '좋다,좋다, 시원하다'로 

바뀌는 그건 뭐 때문일까.

서로 그 이유를 따지고 따지다 

결국 하나로 마음이 모아진다.

우리가 나이가 들었나보다.

이제 자연이 좋아진다.

70까지 산에 같이 가자.

그저 웃고 말았지만 그랬음 좋겠다.



사진 속 너는 항상 그런 표정이었다.

씩씩하게 겁없이 세상으로 나갔던 친구,

겁없어 보였지만 실제론 무척 겁많은 친구,

결혼하고 아이낳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때론 무척이나 어른스럽고

어떨 땐 정말 한 대 세게 때려주고 싶을 만큼

짓궂은 친구다.

웃어보라니 또 그 웃음을 짓는다.



본격적인 해파랑길의 시작이다.

부산 용호동 이기대 해안산책로의 시작이기도 하다.

언제든? 까지는 아니고

중간중간 순환도로(차가 다니는)로 나갈 수 있는

갈래길이 나온다. 우리는 매 갈래길에서 망설였다.

농바위까지가 첫번째 목표다.



저 산 중턱에 길을 내어 사람들이 바다를 만끽하며 걷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어릴때부터 산이 좋았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힘들게 오르고 올랐을 때 내려다볼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서 좋았고

시원한 정상의 바람이 좋았고

삶은 달걀과 오렌지쥬스의 조합이 좋았고

힘든 것은 모든 끝났다

내려가는 길은 수월할 것이라는 마음의 안심이

 좋았다. 그 덕에 히말라야도 다녀올 수 있었다.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코스로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시작할 경우

1시간 정도 가파른 급경사를 오르내려야 한다.

거의 내려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바다로 뛰어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가파른 절벽 길을 내려가야 하는데

현기증이 약간 났다.

이후 1시간은 완만한 해안도로가 계속되기 때문에

처음 1시간만 치열하게ㅎ

이후 1시간은 여유있게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다. 

물론 중간중간 전망대가 있고

각 이정표가 있어 길은 찾기 쉽고

사진찍기 좋은 곳도 여기저기 보인다.



흑백이 담지 못하는 단 한가지, COLOR

사진을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하듯이

이 고운 색깔을 보지 못한다면

참으로 삶이 우울할 것 같다.


바다도, 하늘도 맑고 시리다.



길을 따라 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좁은 길을 서로 비켜주며 기다려주며

스쳐지나간다.

말을 하지 않아도 인사는 나누지 않아도

서로를 격려하고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내라 눈빛 응원 보내준다.



바다가 참 이쁘다.

오늘만큼은 마음이 이만큼 넓어지리라.



"낮별이 듣고 있다"

해안산책로 그 중간 어디쯤

부산 시인 김규태의 "흙의 살들"

큰 돌에 새겨져 있었다.


흙의 살들


밤새 이슬 내리는 소리를

누가 듣는가


잠자고 있는 바람의 

작은 귀가 듣는다


산 너머 안개 내리는 소리를

누가 듣는가


나뭇가지 끝에 움츠린

새들의 깃이 듣는다


먼 하늘 구름이 흐르는 소리는

누가 듣는가


아직 눈뜨지 않은

낮별이 듣는다


-중략-


낮별이 듣는다니,

맑고 시린 겨울 하늘의 투명함을 찬탄하고 있었는데

낮별이 듣고 있다니,,,

태양빛에 가려 별이 가득한 하늘일텐데

보이지 않은 것을 없는 것 마냥 생각했다.





드디어 농바위에 도착했다.

"농"

어릴적 집엔 농이 있었다.

아주머니께서 농이 뭔지 아냐고 하셨는데

우리 집엔 농이 있었다.

늘 아버지는 물건을 찾고 있는 내게

농에 가봐라, 농장에 있다 하셨다.

그 농이 그 농이라니,

정말 농모양의 바위가 절벽 끝에

아스라이 올려져있었다.



점점 살을 에는 추위가 나와 바다 사이의

공기를 채워갔다. 이제는 그 사이 꽉끼인 냥 

바다와 겨울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헉헉 댔지만

멈출 생각은 없었다.



바다 위에 보석이 펼쳐져 있다.

저런 반짝임은 60캐럿 다이아몬드도 가지지

못하는 것일거라.



우리의 걸음을 지체하게 만드는 이정표

자꾸 편한 길을 찾게 된다.

둘이 있으니 서로 붙잡아주니 것도 좋다.



이기대의 하늘

이기대 해안산책로 위에 참 멋드러진 소나무들이

많다. 가만히 쳐다보니 꽤 오래되었고 바닷바람에 맞서서

지내왔을 시간에 비해 고고하고 우아해 보였다.



나에게 겨울가지의 앙상함은 처량하고

쓸쓸한 것이 아니다.

강하고 질기며 가득 채워진 그 무엇이다.

가지 사진을 찍어보면 실 같이 퍼져있는

그 범위에 새삼 놀라곤 한다.

겨울가지의 앙상함이 나에겐

스무살 젊은 여자의 검고 숱많은 머리카락과 같다. 



이기대 해안산책로에는 5개의 구름다리가 있다.

흔들리는 구름다리 위에선

바닷바람이 더 세고 날카롭게 느껴진다.

일부러 더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 곳에 내가 있었음을 남기는 것은 의미가 있다.

나에게 의미가 있고

그 곳에도 의미가 있다.



우리도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이기대

민박, 매점이 있었는데

강풍에 테이블과 의지가 날아다니는

을씨년스런 분위기까지 풍겼다.



저 멀리 해운대가 보인다.

광안대교도 보이고 장산도 보인다.

거의 다 왔다는 거겠지.



여기는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부산 시내에는 걸음을 놓을 만한 곳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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