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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책. 시리즈 : 부산 장산
산.책. 산과 책, 더불어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산을 들을, 쏘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달에 한 번은 가려고 노력 중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친구 덕에, 올해 부산/경남 인근지역 모든 산을 돌아서 제주까지..ㅎㅎ 가기로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세 번째 산책에 나섰다. 장소는 부산 장산이다.
* 장산 : 부산 장산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있는 산으로, 금련 산맥의 최고봉이다. 부산에서 금정산(801.5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634m)이다. 장산은 옛날 '장산국'이 있던 곳이라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장산에는 해송으로 이루어진 숲이 있으며 하천이 흐르기도 한다. 양운폭포, 크고 높은 산이 아니면 보기 힘들다는 폭포가 7,8m 높이에서 떨어지는데 꽤 멋있다. 폭포 아래에는 넓이 10m 정도 수심의 가마소가 있는데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이무기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정산 근처 억새밭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가을 산행으로 좋다.
장산하면, 영화 [장산범]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공표영화인데, 실제 장산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근처가는 게 한동안 무서웠었다. 사무실이 근처라 가끔, 정말 가끔, 1년에 한 번 정도 점심 먹고 스을 호수까지 올라갔다 오면 소화에 좋아서 갔었는데 영화 속 그 끼익거리는 소리와 무서운 분위기에 한동안 장산을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도리도리~
아침 일찍 집 앞에서 만나 친구를 픽업하고 장산을 향했다. 늘 출근하는 길이라 익숙한 드라이브, 곧 헤어질 나의 콩(모닝)은 덜커덩거리며 장산터널을 달렸다. 주차를 어디에 하나 고민하다가 사무실에서 장산까지 올라올 생각하니 벌써부터 지치는 느낌.. 해운대도서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우산 하나 챙겨 출발했다. 하늘이 흐린 게 곧 비가 쏟아질 것도 같았다. 다행이 산행 내내 비는 오지 않았다. 우산은, 등산스틱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린 가벼운 코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부터가 잘못되었었다. 정상보다는 가볍게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옥녀봉 코스를 선택했는데 웬걸 이 길이 그 길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었었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결국 정상가는 길을 인적 드문길로 산행 초심자임을 온데 광고하며 올라갔다. 세 갈래 길에서 고민해서 선택한 길을 결국 한 곳에서 만나는 등... 뭐 그 정도... 그래도 오르는 길은 즐거웠고 상쾌 했고 시원했다. 오랜 친구와의 산책길에서 얻는 즐거움은 산행의 힘듦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새삼 그녀석의 존재가 고마웠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내뱉고 뱉은 말 주워담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서로의 서툰 시절을 알기에 장난 치며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참 좋다.
우린 최초의 목적지인 옥녀봉이 아닌 중봉을 향했다. 모르겠다. 어딘지 모를 어딘가를 향해 계속 걸었다. 물도 맑고 공기도 시원하고 사람들 표정도 밝았다. 산에 있는 사람들은 뭔가 얼굴이 개운하다. 그래서 더 찾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그런 곳이 있겠지.
제주에는 올레길, 지리산에는 둘레길, 부산 용호동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 부산에는 갈맷길과 부산 장산의 너덜길이 있다. 부산 갈맷길의 12코스인 장산너덜길이다. 물론 우리의 시작은 부산 대천공원이었고 중간지점인 체육광장을 지나 중봉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 길로 억새밭까지 도착한 것 같다. 다음엔 정상을 가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여기까지.. 우리는 늘 무리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 이었기 때문에..
금강산도 식후경, 참 오래된 말이다. 이제 이 말을 대체할 말이 있지 않을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대천공원 초입에서 구운 달걀 3개를 사왔다. 사실, 등산갈 때의 민폐는 바로 가방을 들고 오지 않는 것이다. 본인 마실 물, 준비물, 기타 등등 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지 않는다면 괜찮다. 하지만 그걸 바리바리손에 들고 있는 걸 보고 있을 등산인은 없을 듯.. 지난번 잔소리를 들은 후 이번에는 꼭 물과 간식, 가방에 잘 챙겨가야지 해놓고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허겁지겁 그냥 평소 가방만 들고 나왔는데.. 이또한 민폐짓.. 친구의 눈흘김을 애교로 무마하고 미안한 마음에 뭐 살 거 없을까 둘러보니 라면도 팔고, 오뎅도 팔고, 달걀도 팜직한 포장마차가 대천공원 초입에 있었다. 가서 삶은 달걀 있냐하니.. 가만히 보시다가 없다하신다. 눈 앞에 버젓이 있는데!! 아저씨께서 약간의 미소를 띄고 구운 달걀은 있다 하신다. 3개에 2000원, 오늘은 내가 쏜다. 2000원에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더 미안해지는 민폐친구다. 중간쯤가서 먹자고 정한 그 시간이 되어 자리잡고 껍질을 까니 이리도 맛있을 수가. 평소 삶은 달걀은 퍽퍽해서 잘 먹지 않는데 이런 곳에선 참 맛도 좋다.
길을 찾을 수 없어 우왕좌왕, 그 와중에도 노래들으며 즐겁다 우리는. 중봉을 한참을 지났다는 말을 들은 후 마주한 저 큰 바위들의 집에서 참, 우리가 우주의 먼지같은 존재라는 코치님의 말이 떠올랐다. 이토록 크고 육중한 바위들은 어떻게 이 곳에 있는 것일까. 올라온 것일까 내려온 것일까. 바위들을 찬찬히 쳐다본다. 꼭 평소엔 눈 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산에 오고 자연에 가까이 오면 유난히도 저 멀리 있는 것들도 잘 보이고 찾아 보게 된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잡념을 잠시 옆에 치워두고 온전히 여기 있을 수 있을 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고맙다.
무너져 내린 것 같은 모습이 내 마음과 같아 보여 울컥한 마음도 들고 저 딱딱한 돌들이 잘게 부수어질 것을 생각하니 더 슬프다. 괜히 마음 싱숭생숭해지다가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보니 도심이 보이고 저 멀리 바다도 보인다. 날이 흐려 경계가 모호하지만 그또한 한 컷이다. 그 옆에 선 친구의 몸짓과 체구가 정말 작고 힘없어 보였다.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 작고 미약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 와중에 자연에 대한 감탄은 우리 삶의 에너지가 되어 준다.
큰 바위 위에 작은 미니미 같은 모습이다. 우리는 길을 잃은 걸 감사해했다. 여기를 올 수 있어서. 지난번 장산 정상을 갈 때는 이 길을 지나지 않았었다. 체육공원을 지나 계속 쭉쭉 오르막 산길을 올랐는데 이런 큰 바위들이 있는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산의 매력이다. 내 몸짓보다 더 큰, 내 차보다 더 큰, 바위들을 쳐다보고 있으니, 제각각 그 얼굴이 다 다르다. 참 신기하다.
반가운 이름, 헤윰. 순 한글말로 헤엄이라는 말이란다. 혜윰. 순한글말로 생각이라는 말이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이름, 헤윰이다. 누가 무슨 의미로 이 큰 돌에다가 글을 새겨놓았는지.. 그러고 둘러보니 온통 돌에는 이 곳에 온 사람들의 이름과 한 마디의 결심 들이 어지럽게 적혀져 있었다. 창밖을 바라볼 때 나의 초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창에 낀 먼지와 창을 때리는 빗방울을 볼 수 있는가하면 창 밖 세상, 산, 사람들, 핫도그 집 사장님, 과일집 가판대에 늘어선 달콤한 것들이 보이기도 하다. 바위의 크기에만 집중했을 때는 바위의 크기만 보이다가도 그 위에 새겨진 글을 보기 시작하니 그것만 보이기 시작한다.
가을인지 겨울인지, 산의 색은 종잡을 수가 없다. 얼마 전 다녀온 제주의 한라산은 말 그대로 설산이었는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이 곳 부산의 장산은 또 다른 모습이다. 찬 기운은 그대로이지만 나무의 빗깔이나 낙엽의 정도, 부스러짐의 정도, 나뭇잎 색의 찐함도 제각각이다. 어디든 누군가가 걸어간 흔적이 가득하다. 희미해지고 있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고.. 그래도 안심이 되는 걸 보니 이 산은 이미 사람들의 산인가보다. 정상을 가지 않기로 했기에 억새밭까지 올라갔다가 길을 돌아 내려왔다. 또 한참을 헤맸지만 산에서는 누구나 이웃이 되는구나. 물어물어 길을 찾아 내려왔다. 체육공원까지 내려오니 에휴.. 이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오늘 점심은 친구가 사기로 했다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미 점심 메뉴는 오리고기로 정해놓았기에 친구님을 모시고 가게로 향했다. 지난번 장산을 다녀왔을 때도 여기서 몸보신을 했더랬지.. 오리불고기 한 마리 시켜 두 명이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웬걸ㅎㅎ 싹싹, 볶음밥까지 비벼 맛있게 배를 채웠다. 시원한 물김치가 맛이 좋았다. 갈증이 해소되는 듯!
오리의 기름은 몸에 좋단다. 설마 아주 좋겠냐만은.. 그래도 돼지기름보다 좋다고 하니, 볶음밥에 비벼먹고 고기 양념 베어 있음에도 듬뿍 기름 얹어 버섯과 함께 먹어본다. 짭쪼름하고 뜨거운 고기맛이 입 안 가득 퍼지니 산행의 노고가 한 순간에 풀린다. 친구도 만족! 늘 뭘 남김없이 먹는 친구이기에 고맙다. 유가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친구여서 늘 점심 메뉴 1순위는 유가네였는데 오늘은 그것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아요b, 오리고기도 맛나서 좋아요b, 간만의 산행으로 온 근육통도 좋아요b, 다음 산.책.이 기대되어 좋아요b!
* 비봉 상황삼계탕 : 부산 해운대구 좌동로 91번길 45
매일 10:00 ~ 23:00 명절 당일 휴무
삼계탕 전문점이지만 오리고기도 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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