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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드라이브와 카페윤

On the Road



바닷가에서 자란 사람이지만 어릴적엔 바다가 싫었다. 바닷바람은 찝찝하고 끈적였고, 여름바다는 붐비고 더러운 공간이었으며, 끝이없는 수평선의 불완전함이 싫었다. 나이가 조금씩 들고 바다가 늘 곁에 있고 언제든 볼 수 있고 그 불완전과 불안정이 고요하고 변함없으며 짜고 습한 바람이 운치있게 느껴졌다. 바다가 좋다. 바다와 산 중 어느 것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둘다이다. 어느 것 하나 더 좋은 것은 없지만 때에 따라 마음이 더 가는 공간이 있다. 산보다 바다를 더 가까이 하기에 바다는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었다.




바닷가, 해변을 따라 많은 카페와 식당들이 생긴다. 기장. 정말 촌에 촌이었는데.. 지금은 카페와 아기자기한 식당들로 핫플이 된지 꽤 지났다. 맛집도 많이 생겼고 바다 전망도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기장 가는 길, 대형아울렛, 호텔까지 이어져 주말 이 곳을 방문할 때는 각오해야 한다. 마음의 여유와 호흡을 길게 두고 가야 한다. 여유가 없을 땐 자칫 도로 위에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경험상 하는 말이다. 



많은 카페 중에 가장 좋은 곳을 꼽자면 사실.. 아직까지는 송정해수욕장 앞 트레일러의 3천원 아메리카노, 기장 해안로를 따라 바람 맞으며 마시는 캔커피라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멋지게 자리 잡고 나를 오라 손짓하는 저 많은 카페들에게도 눈길 한 번 안 줄 수가 없다. 그 중 한 곳을 방문했다.  




'카페 윤' 이다. 바다 전망이 아름다운 카페 윤. 사실 기장해안로를 따라 들어서 있는 카페들 중에 바다 전망이 좋지 않은 곳은 없다. 어딜 가든 성공할 것이다. 카페 윤도 그 중 하나다. 이름이 왜 윤일까. 사장님 성이 윤일까.. 모르겠다. 묻지 않았다. 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부가 되다보면 이 곳이 그 곳이고 그 곳이 이 곳이다. 그냥 거기가 카페 윤이 되는 것이다. 여튼, 카페윤. 괜찮더라. 


*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34-16 (시랑리 656-4)

* 오픈 : 매일 10:00 ~ 23:00

* 외곽에 있는 카페 치고는 클로징 시간이 꽤 늦어 좋다. 

* 단체석, 주차 가능  



아메리카노 샷추가, 진하게 마시며 바다 진하게 보려고 자리를 잡았다. 함께 한 동행이 저걸 먹어봐야 한단다. 바나나푸딩. 흠~ 바나나의 특성 상 공기와 만나 갈변현상이 일어나는데, 그 덕에 맛나 보이진 않았다. 바나나는 원래 걸죽한 식감이 있는데 그걸 푸딩으로 만들면 그 맛이 더 강할텐데.. 자칫 잘못하면 그 뭐냐, 그 이상한 느낌이 드는 식감을 가질 수도 있을텐데.. 반신반의하면서 주문 완료.


음~ 하하. 바나나푸딩, 새로 봤어. 만나서 반가워. 질리지 않은 달콤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다. 하나 더 하기엔 포만감이 크지만 담에 이 푸딩 먹고 싶어서 오고 싶을 것 같았다. 가격도 쏘쏘!




바다 전망이 어떠냐고? 좋다. 바다 앞에 있는 카페나 식당 전망은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디든. 너무 장담 했나?... 여튼 내가 가본 곳 중에 나쁘지 않은 곳은 없었다. 바람이 부는 날이어서 야외 테라스에는 아무도 자리를 잡지 않았다. 시원한 바람과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라스, 날이 좀 더 따뜻해지고 공기가 가벼워지면 밖에서 바다구경해도 좋을 것 같다. 이쪽 바다의 투박하지만 옛 스런 바위들이 카페 아래 앞바다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치 장식인 냥. 



멍때리고 싶을 때, 가끔 오래 오래 쳐다볼 것이 필요할 때, 목적없이 어디를 향하고 싶을 때 해안로 드라이브 겸 찾아볼 만하다. 물론 평일을 추천한다. 평일에도 은근 사람이 많다.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싶다면 오전 일찍을 추천한다. 바글거리는 사람냄새를 원한다면 주말도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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