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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을 못하는 요리사


크림 리조또


리조또를 좋아한다.

면을 좋아하는데,

파스타 다음으로 즐겨먹는

리조또.

처음 맛보았을때, "이거 뭐지"

물컹물컹, 느끼듬뿍한

맛이 영 별로였는데

한 번, 두 번 맛보기 시작하니까


WOW!


그 깊은 크림의 맛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제자와 서가쿡쿡에 다녀왔다.

어김없이 크림 리조또를 시켰는데

매콤하게 맛이 좋았다.


요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고?

잘 못하니까.

요리가 취미이고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대단해 보인다.


물론 요리를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리들은,

예를 들어,

라면(엄연한 요리다)

칼국수(오~ 반죽은 안한다)

김치찌개(김치만 있으면 그럭저럭)

된장찌개(된장과 양파, 땡초면 끝)

계란요리,

김치, 참치, 새우 등등 볶음밥류

등을 직접 해먹곤 했다.


맛은?

모르겠다.

단 하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면,


바로바로..


간을 잘 못 맞춘다.

소금을 넣었는데도 

볶음밥에서 아무 맛이 나지 않는다.

분명 음식의 색이 새빨간데

맛은 푸르르다.

맛은 없다.

그래도 내가 했으니 나는 먹는다.

사실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이 거의 없다.

학교 급식 맛없다고 남기는 친구들

이해할 수 없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점점 요리할 시간이 없고,

피곤하고,

귀찮고,

등등의 이유로 요리를 멀리기 시작했다.


최근 크림 리조또를 연이어 맛보다가

웬걸, 직접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 얼마만의 열정인가.

쉬 사그라들 것이 분명하기에

맘이 섰을때

크림 리조또 재료를 사러 나섰다.

아.. 웰케 재료가 많은가.


요즘은 나처럼 요리재료와 간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분에 맞는 재료와

설명서를 동봉한 감사한 제품들이 

많이 나온다.

검색, 검색, 또 검색 후

최고로 맛나 보이는 

크림 리조또를 하나 주문!


앙뜨레 제품이고

자연보리 크림 리조또다.


다양한 제품이 있다.

이탈리안 요리들이 주를 이룬다.


보리로 만드는 크림 리조또라니,

재료부터 색다르다.

왠지 쌀보다 더 건강할 것 같은

망구 내 생각..



[보리로 만드는 크림 리조또 Recipe]


- 1 -

양파 1/2개와 마늘 두쪽을 다진다.

다지는 것은 웰케 어려운가.

양파가 이리저리 도망을 친다.

쳇!

마늘을 다지려면 방망이가 있어야 하는데..

순간 한창 요리프로가 유행했을 때

요리사들이 마늘을 칼의 한 면으로 눌러

다지던 것이 떠올랐다.

오호라!

따라 해보니, 꽤 모양이 나온다.



- 2 -

쪽파 대신 대파 조금이다.

잘게 썰어준다.

눈이 따끔따끔 해온다.

서둘러!



- 3 -

그 사이 보리를 삶는다.

보리는 한줌이었는데 2인분이란다.

끓는 물에 10~15분 정도 삶는데

땅땅하게 삶아질 때까지~

요래저래 섞어가며..ㅎㅎ



제법 그럴싸하다.

알이 큰 보리가 먹음직스럽다.



- 4 -

손질한 양파와 마늘을 올리브유에 볶는다.

노르스름하게 볶는다.



- 5 -

양파가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오, 제법 갈색빛이 돈다.



- 6 -

새송이 버섯 먼저, 양송이 버섯 다음에.

갈색빛이 돌 때까지 볶아준다.

버섯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금새 숨이 죽어 양이 준다.



- 7 -

버섯이 갈색빛을 돌기 시작할 때

간을 한다. 

간을 못하는 사람이라...

들어있는 소금과 후추를 그냥 털어 넣는다.

찬물에 헹궈놓은 보리를 탈탈 넣고

고소하게 볶아준다.


한 입?!

와!!

맙소사. 

이걸 내가 했다니

ㅎㅎㅎㅎㅎㅎㅎㅎ



요리블로그에 보면 참 예쁜 접시와 플레이팅이

특별하던데.. 난 그런 재주가 없는 관계로

어머니께서 손님올 때 내놓는 접시를

이것저것 꺼내보다

하나 골라본다.

크림 리조또와 어울릴만한 걸 찾아봤지만

없다. 게 중에 너가 제일 낫구나.

나의 크림 리조또를 맛나게

보이게 해주렴!


오늘은 너로 하겠어!



- 8 -

보리를 5분 정도 볶다가

생크림을 들이 붓는다.

어!

이거 넘 많은데..

의심이 많다.

요리 못하는 사람의 특성인가..

이제 색이 나온다.

크림 리조또의 색이ㅎㅎㅎ

의심을 걷고 자신감 회복!


자연보리 크림 리조또!


- 9 -

생크림이 자작해진다. ㅎㅎㅎ

치킨시즈닝을 넣고 휘이휘이~

제법 색이 나온다.

제품사진보다 더 갈색빛을 돌긴하지만

나름 만족한다.

ㅎㅎㅎㅎㅎ

처음인데 어쩌랴..ㅎ


- 10 -

마무리는 플레이팅이지!

그냥 절반 덜어담아본다.

오~ 괜찮다!

요리하는 보람이라는 게 이런것인가!!


간 못맞추는 초보가 만들었어요!

자연보리 크림 리조또!



제법 그럴싸하다.

가족들 먹이려 기다리다가

늦으셔서

내가 한 입, 두 입 계속 먹다보니

오늘 파워워킹은 2시간이다...

크림 리조또, 느끼할 줄 알았는데

담백하고 깊은 크림의 맛이

제법이다.

쓰담쓰담!



아~ 한입 드셔보셔!

집에 먹다 남은 위스키와 코크를 섞어

잭콕 한 잔 더하니,

와우, 연말 분위기 나네.


크림 리조또 + 잭콕 ㅎㅎㅎ


아~ 크림에 취하는 것인가

알콜에 취하는 것인가


보리로 만든 크림 리조또

손님 초대 음식으로도 괜찮을 듯!


간 못하는 요리사의

크림 리조또 도전?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