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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기 #2

나혼자 여행 : 크로아티아

여행지의 숙소는 중요하다. 하지만 선택의 우선순위가 있다면, 비용과 좀 더 많은 걸음을 남기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열악한 숙소라도 괜찮다. 그래서 항상 최저가를 찾는다. 하하하하하... 그래도 이번 여행은 뭔가 '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 나름 괜찮은 숙소 위주로 예약을 했다. 첫번째 도시 자그레브에서 묵었던 숙소는 [호스텔 캡톨] 이었다. 왼쪽사진은 캡톨 호스텔로 들어가는 방향, 오른족 사진은 캡톨 호스텔에서 나오는 방향. 숙소 맞은편에 자그레브 대성당이 바로 보인다. 위치가 다했다!

[Kaptol Hostel, Kaptol 4a, Upper Town-Medvescak, 자그레브, 10000 크로아티아] 

기차역(Zagreb Central Railway Staion)에서 1.2km거리

자그레브 대성당과 메인광장에서 몇 걸음 거리에 있어 위치가 좋았다. 사진 속 시설도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조식도 제공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조식이 시작되는 시간 전에 체크아웃을 해야 했기에 정말 아쉬웠다. 숙소 직원도 안타까워해줬다. 

숙소에서 나오면 바로 앞, 노천카페가 있고 왠지 현지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그늘진 곳만 속속 골라 앉아 있었다. 사실 시원한 음료가 너무 먹고 싶었지만, 그늘진 곳은 모두 자리가 차서 구지 떙볕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고 싶지 않아, 일단은 대성당으로 향했다. 숙소에 대해 몇가지 더 말하자면, 캡톨 호스텔의 4인 혼성 도미토리룸을 이용했는데, 다행히 하루 묵는데 아무도 내가 묵는 방에는 투숙하지 않았다. 객실에는 개인 옷장이 있어 물건을 편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내가 묵은 방 천장을 향해 작은 창이 하나 나 있었는데 자그레브 대성당이 보여서 좋았다. 2층침대에 누워 상체를 침대밖으로 내밀면 성당의 꼭대기가 보였다. 좁고 아기자기한 도미토리 방 안도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깔끔하고 정돈된 방의 냄새가 좋았고 앉아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긴 테이블도 있었다. 앉아서 여행계획도 세우고 일기도 쓰고 사진정리도 하고, 1인실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짐을 풀고 첫날의 여정을 시작했다. 숙소 바로 앞, 고개가 꺽이도록 높고 웅장했던 자그레브 대성당. 캡톨 언덕에 있는 자그레브 대성당 앞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각자 자리를 잡고 성당이 한 프레임이 나오도록 애쓰는게 다들 똑같았다. 나홀로 여행객으로서 셀카보다 건물과 풍경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한 장에 나오게 하기 위한 노력이 만만찮았다. 그만큼 첨탑이 높고 뾰족한 것이, 특별하고 재미있었다. 

길 건너편에 있었는데도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로컷으로 그나마 나오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세로컷보다 항상 가로컷을 선호한다. 이상하게 이유는 모르겠지만, 안정적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오기로 가로컷에 뭐든 집어넣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당시에는 광각렌즈나 다른 장비가 없이 핸드폰을 이용해서 찍어서 별 수가 없었다. 요렇게, 저렇게 한참을 찍다가 이 정도는 되었다 싶어 성당 내부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여행지의 첫 사진이고, 나의 무사도착과 여행지의 한 컷을 기대하고 있을 지인들을 위해 할 만큼 했다.  

자그레브는, 생각보다 작았다. 아마 내가 여행책자에 있는 곳만, 도보로 나의 체력이 닿는 곳까지 움직여서일 수도 있다. 나름 골목을 구석구석 여러번, 저 사람 길을 잃었나 할 정도로 걸어다녔고, 같은 가게를 여러번 들어가기도 했다. 처음엔 몰랐다. 그 곳이 그 곳인지.. 9월의 크로아티아의 떙볕은 생각보다 세고, 친절하지 않았다. 아, 조금만 참았다가 저녁에 오쥬스코[Ozujsko)를 한 잔 해야지. 오쥬스코는 크로아티아 맥주다. 

여행지를 가면, 특히 유럽을 가면 성당을 많이 들를 수 밖에 없는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참 아름답다. 입구부터 잘 보이지 않는 저 꼭대기 첨탑의 구석구석까지 참 아름다운 조각들로 새기고, 의미를 부여한다. 모태 천주교 신자이지만 성당에 발걸음을 거의 하지 않는 나이롱 신자, 항상 힘들때만 신을 찾는 아직은 신앙심이 깊지 않은 사람으로서, 그 지역의 성당에 발걸음 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한다. 기꺼이 찾아간다. 

엄숙한 분위기의 성당내부와 관광객들로 인한 약간의 소란, 울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공간, 벽면 하나하나 조각등의 장식물로 눈을 사로잡는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형형색색은 왜 이토록 성당의 엄숙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걸까. 오래된 대성당의 칙칙함은 저 스테인드글라스가 보완해주는 듯 하다. 여행을 가면 구석구석 성실하게, 샅샅히 훑어보는 성격이라, 어김없이 한 면, 한 구석 빠짐없이 돌아보다가 초가 가득한 곳을 발견했다. 암, 그렇지. 

사실, 초로 소원을 빌거나 사물에 염원과 기도를 잘 하지 않지만, 왠지 이 날은 그러고 싶었다. 내가 초를 높은 그 자리를 잊지 않으려고 여행동안에도, 여행을 다녀와서도 그 불빛을 찾아보곤 했다. 다행히 까먹지 않고 그 불빛을 기억한다. 총 3개이 초를 켰는데, 하나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가족과 친구, 지인, 동료들의 행복을 빌었고, 둘은 나의 행복과 지혜로운 선택과 경험들을 빌었고, 마지막 셋은 내가 속한 이 세상의 행복을 빌었다. 생각하고도 기특하더라. 어릴 적엔 항상 가족의 건강을 빌고 그래야 하고 안 그럼 안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었다. 지금은 나도 그 안에 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이 세상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한참을 불빛을 응시하다가 돌아섰다. 

여행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늘 떠나고 싶었던 현실로 멀리 떨어져 그 곳의 중요함에 대해 역설하고 나의 욕구와 나의 필요와 나의 느낌에 집중하게 만든다. 저게 먹고 싶다. 저기 앉고 싶다. 저기 가고 싶다. 저거 보고 싶다. 하고 싶은 것 투성이의 여행은 나를 더 들뜨게 만들어 아침잠을 줄이는 효과까지 나타난다. 바라던 바다. 여행지 속 근면성실은 오히려 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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