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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여행 : 카페 & 온천랜드
부산근교여행 : 온더로드
누군가가 그러더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 좋은 걸 않고 다른 걸 하고 있으니 행복하겠냐고... 참 말 잘한다. 머리가 띵~ 했다. 그래,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하고 구하고 항상 꿈꾸는데.. 정작 내 삶 속에 여행은 아주 적다. 큰 맘을 먹어야 갈 수 있고 온갖 포기해야 할 것들이 먼저 떠올라 쉽사리 짐을 싸기가 쉽지 않다. 세계일주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고 싶은 곳이 참 많았는데 그 많은 목록 속 나라들은 이제 기억이 나 질 않는다. 가고 싶다. 어디든. 그래서 출발. 경남 사천을 향했다.
경남 사천. 사천은 경상남도에 있지만 사실 제대로 사천을 찾아보고 어디 있는지 알아본 건 이번이 처음. 내 발 밑도 못 보는 세상인데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가 좋은지 다 알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늦은 오후에 동행과 드라이브를 나섰다. 동서고가 위 도로 위로 해가 지고 있었다. 그 노을이 참 스며드는 듯 빛이 좋았다. 찰나인 것을 붙잡으려고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 제 눈도 인지 못할 만큼 그 찰나는 짧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해는 뉘엿뉘엿.
사천은 좋았던 것인지, 사천가는 하늘빛이 좋아서였는지, 모든 게 좋았다. 한적한 시골동네였던 그 곳은 밭과 논이 많았고 숙소로 향하는 길을 잘못 들어서서 새카만 논두렁길을 달려보기도 하고, 노을 위로 나무와 산과 들이 그림을 그리는 풍경을 1시간이 넘도록 지켜볼 수 있었다. 지치지 않는 시간이다.
새해엔 여행을 가리다. 결심여행. 매달 여행의 테마를 정하고 훌쩍 떠나리라. 그 중 절반은 혼자일거라 결심했는데, 어느새 일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 무의식 속에 나는 얼마나 많은 여행과 경험을 했는지 돌이켜보니, 턱없이 부족하다. 마음이 좁아지고 여유가 없어질 때 그때만큼은 정말 여행이, 쉼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사천가는 길 위 바다 위에 펼쳐진 양식장의 풍경은 투박하기도, 제멋대로이기도,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는, 제각각 나뭇대의 길이만큼 다채로웠다.
1월엔 결심여행. 지난 해를 되새김질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음 새해를 계획하는 의미있는 여행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떠났으면 하는 여행이다. 새해에는 엔돌핀이 더 나오는 건가. 사람들은, 특히 나는 뭔가 더 의욕적이고 힘이 난다. '시작'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 시작하는 용기, 시작하는 모습, 시작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아름답다. 시작을 응원하는 조연으로서도 가슴 뿌듯한 순간들이다.
짙고 희미한 저 시간 속에서 '이소라 7집 : 이소라' 를 무한반복해서 들어본다. 제목없이 Track 1부터 Track 13까지 잊기 힘든 멜로디와 제목과 달리 저마다의 색이 특별한 노래들을 무한반복하면서 달렸다. 해지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음악에 실린 나의 감정도 고조된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7집 이소라의 Track 9의 가사는 내가 선택하지 못한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가사가 귀를 계속 파고들어 자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한다.'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간다'. 매일 같지 않은 일상이기도 소중하고 매일이 새로운 여행이 아니기에 가끔의 낯선 여행은 내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거다.
사천 가는 밤의 풍경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을 이렇게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다. 그래서 사진에 빠지게 되었다. 한 컷의 제한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수많은 감정 혹은 하나의 강렬한 감정을, 스토리를, 기승전결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위대한 도구로 보였다. 그때에는... 시간이 지나 사천의 밤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것으로 감사하다.
사천을 찾은 첫번째 이유는.. 카페이다. 선상카페. 물 위에 떠서 고요히 움직이는, 그저 외관이 예뻐보이기도 해서다. 밤에 찾은 이 곳은 더 오묘하고 신비스러웠다. 겉모습은.. 내부는 평범한 카페였지만, 물 위를, 그 길을 걸어가는 동안 만큼은 특별했다. 살짝살짝 흔들리는 아주 작은 움직임에 멀미를 느꼈지만, 낯은 지역의 평범하지 않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란.. 참 짜릿하다.
한참 벚꽃이 피는 시기가 아니었는데 카페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철을 잊은 피움은 인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조화'로운 내부 풍경과 처음 만나는 외부 풍경을 만끽하고 숙소를 찾아갔다.
사천온천랜드 & 관광호텔. 온천을 좋아하지만 욕탕은 좋아하지 않는다. 뜨거운 김이 가득한 한증막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노천온천 정도? 뜨거운 물에 몸의 피로를 푸는 어른스러움은 아주 짧게 느끼고 싶다. 공기는 차갑고 시원했으면 좋겠다. 온천을 좋아하지만 자주 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한가로운, 인적이 드문 사천 속 자리 잡은 사천온천은 동네 사람들에게는 목욕탕이자 타지인에게는 잠깐의 휴식처다. 깜깜한 밤 하늘, 쏟아지는 별은 덤이다. 목이 꺾이도록 쳐다보다가 내려왔다.
사천온천랜드 & 관광호텔
족발을 사서 숙소로 들어왔다. 맥주 한캔도 잘 들어가지 않는 밤이었다. 보통 반, 매운족발 반으로 주문했는데 족발 맛이 부드럽고 칼칼한 게 정말 좋았다. 술을 부르는 맛이었는데 맥주는 그닥 들어가지 않았다. 조용히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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