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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생활자

여행의 단상

bigapple52 2017. 12. 19. 14:35

꿈을 꿨다.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드라마의 주인공 쯤? 

여튼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계속 나왔으니까.

글쎄 그 사람이 지금은 연락이 안되는

대학교 동아리 선배 였다.

연락처도 바뀌고... 011이 마지막이었다.

선배의 안부와 연락처를 묻는 

여러 사람의 연락을 받았는데

결국 어디에서도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선배의 사진도,

그 낭만넘치는, 나의 워너비 카였던

지프니를 타고 촬영가던 기억도..


수 년 전 갑작스럽게 

인도-네팔 여행을 다녀왔었다.

친한 선배의


"같이 갈래?" 


한마디가 나의 다리를 이끌었는데

걱정이 앞섰다

1 2일 여행도 일주일한달 전부터 

준비하는 나이기에 갑작스런 여행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평소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인도를 이미 다녀왔던,

바로 어제 꿈에 나타나 

나를 심란하게 만들었던, 

학교 앞에 인도카페를 운영도 했던

바로 그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평소엔 절대 먼저 연락도 않으면서..

그냥 저냥 안부를 묻다가..

이번에 인도여행을 갈 건데..

저한테 해줄 말이 없느냐고.

조언을 좀 해주시라.

평소 말도 없던 후배가 대뜸 전화해서 

한다는 말이.. 그랬다.


막 웃으시더니,

여행을 가는데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냐고.


그냥 가서 잘 먹고 잘 보고 잘 들으라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오라고.


참 단순한 조언이었는데,

사실 그래도 조금은 멋진,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뭔가 대단한 한 마디를 기대 했었나보다.

솔직하게 실망이었다. ㅎㅎㅎㅎ

그런데 신기하게도 걱정이 사라졌다.

여행 내내 선배의 말만 되뇌였는데

덕분에 매순간순간을 즐기고 

더 기뻐하고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었다.


더 들으려고 노력했고

더 순수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했고

색안경끼지 않고 바라보려고 노력했고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내며

잘 먹고 꼭꼭 씹어 넘겼다.


만남에 진심을 담아보려했고

스쳐지나는 여행 중 인연에도 감사했다.

더 밝고 더 기쁨 마음으로

마음으로 손을 뻗었다.


오히려 여행에서 돌아와서

나의 태도의 변화는 

많은 곳에서 나타났다.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것,

그 사람의 이야기와 흐름과 생각을 

따라가보는 것,

아닌 것, 틀린 것, 맞는 것, 그럭저럭 동의할 만한 것

재고 따지지 않고 그렇구나 

인정하는 것,

내 손에 내 옆에 있는 것에

감사하는 것,

지금 이순간에도 흘러나오는 노래와

다리를 감싸는 찬기운과

얼굴을 쩍쩍 갈라지게 만드는

히터의 뜨거운 바람도

다 고맙고 감사한 것이라고.



여행이 아니더라도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낸다면

기쁘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싶다.

오늘 잘 보고 잘 듣고 많이 먹는 하루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