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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산책 : 나고야식 장어덮밥 "해목"

일상미각기행



일본식요리를 좋아한다. 탱글한 사누끼식 우동과 일본식 돈까스, 생라멘, 신선한 스시까지!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자주 찾는 메뉴들이다. 왜인지 가끔은 조금 멀리, 차를 타고 나가 점심 한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일부러 가벼운 약속이더라도 경치좋고 맛좋은 곳을 구지 찾아 가려고 애쓴다. 미각이 그리 예민하지도 않은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기쁨과 감동, 그리고 몰입감은 중독에 가깝다. 점심을 위해 해운대로 나갔다. 해목. 장어덮밥과 연어덮밥 전문점이라고 두어개 포스팅을 보고 결정,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장어로 몸보신, 연어는 늘 가까이 하고 싶은 걸, 고민않고 출발했다. 




해목 일식당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24번길 8 우동 542-30

매일 11:30 ~ 22:00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

일본전통음식전문점으로 일본 나고야의 명물, 히츠마부시(장어덮밥)와 생연어덮밥 전문점이다. 주차를 하고 자리에 앉으니 분위기가 썩 좋다. 오픈형 테이블과 다리를 넣어 앉아도 편한 좌식테이블, 낡은 듯, 분위기 있는 원목 느낌의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미세먼지로 바깥 공기 마시기 어려운 요즘, 이렇게 문을 훤히 열고 장사하는 곳이 드물어 더 반가웠다. 바로 옆에는 양고기전문점 징기스칸이 있었는데 이 곳 앞마당이 훨씬 넒고 분위기가 좋았다. 



메뉴는 바다장어덮밥과 생연어덮밥. 장어덮밥은 바다장어와 민물장어 두가지가 있었는데.. 가격이 1만원 차이였다. 가격대가 결코 가볍게 않았는데 모르고 온터라 뜨악! 그래도 오늘은 날 위해 쓰겠어! 메뉴 설명하는 사진에 트레이 가득담긴 메뉴를 보면서 만족스럽게 주문완료. 우리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 덥지도 그리 습하지도 않은 초여름의 바다 근처의 공기란 참 휴가스럽다. 어디든 놀러가고 싶게 만드는 공기와 분위기가 날 힘들게했다.. 




주문을 완료하고 휘이휘이 둘러보니, 구분된 듯 구분되지 않은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방석과 사소한 장식 한두어개도 뭔가 마음에 든다. 입구 쪽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방송에서 나와 맛집 투어인가? 메뉴를 소개하는 것인지.. 아주 조용하게 촬영을 하고 있었다. 메뉴에 보니 생연어사시미도 있었다. 연어사시미 정말 좋아하는데 웬만한 곳에 괜찮은 연어사시미가 없다. 한두군데 아는데 딱 그 두 곳이다. 그 외에는 생연어사시미라고 말하기 민망한 맛들이었다. 저녁에 사케 한잔에 곁들이기에 좋을 듯..



평일 점심시간을 조금 넘어간 시간이었는지 가게는 한산했다. 여행을 왔을까 생각되는 일행과 모녀로 보이는 손님들, 정말 무심하게 식사 한끼 하러 온 아저씨들도 있었다. 사실 가격은 그저 한끼로는 조금 과한 금액이라.. 여튼, 맛을 기대하며 식사를 기다리는 마음이란.. 곧 이륙할 비행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같다.  



음.. 복잡하다. 맛있게 먹으려면 이렇게 먹어야 한단다. 것도 생연어덮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찍었어야 하는데 엉뚱한 메뉴를 찍었다. 다음에 또 방문하거든 맛봐야지.. 정성스런 메뉴판에 고맙기까지 하다. 왠지 정독하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히츠마부시는 장어덮밥이다. 사진만큼 장어가 접시 위를 가득 채우고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웬걸, 그대로다. 맙소사. 딱 그림 그대로! 이럴때 행복을 느끼는 건 나만이 아닐거다. 히츠마부시 맛있게 먹는 4가지 방법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4번째, 앞서 맛보았던 방법 중 가장 맛이 좋은 방법으로 먹기! 즉, 자기 입맛에 따라 달리 먹으라는 것! 우선 저 3가지 방법으로 다 맛봐야겠다. 요즘 책도 멀리하고 장문의 글을 읽는 것이 힘든데 이런 것은 어쩜 이리 쏙쏙 들어오는지.. 




두둥! 생각보다 큰 트레이 위에 갖은 반찬들이 함께 나왔다. 뚜껑 열기 전의 긴장된 순간!! 해목이라는 한자와 바다내음 가득한 트레이 위 접시에 담긴 음식들, 조금은 멀지만 불어오는 해운대 바다내음, 그러고 보니 가게 안이 마치 배 안에 있는 기분이 드는 인테리어이기도 했다. 



반가워, 해목!



짜잔! 살짝, 맛있게 구워진 장어덮밥이 나왔다. 양념이 너무 과하지도 않고 뼈가 있어 먹기가 불편하지도 않을 딱 그 정도, 장어 아래 담긴 밥의 양념도 적당했다. 심심하지도 짜지도 않게. 참 정성스레 준비해주셨다. 정성이 담김 한 끼 식사에 오전의 피로함이 싹 사라진다. 



바다장어의 고소함 위에 김가루와 실파, 고추냉이를 적당히 조화롭게 올려 한입에 쏙 넣으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후에 긁어질 카드값보다 오늘 이 순간의 즐거움이 더 크다니.. 1,2,3번으로 먹어본 후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힘들어 번갈아가며 먹어본다. 것도 딱 순서지켜서ㅎㅎ 




연어 빛깔이 참 곱다. 두툼하고 부드럽게 썰렸다. 두께감이 느껴지는 플레이팅과 아래 밥이 보이지 않는 숨은 매력까지.. 특제소스를 붓으로 연어 전체를 발라서 먹어보라고 했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연어의 부드러움과 참 잘 어울린다.  하얀소스는 평소 연어와 자주 먹을 수 있는 소스다. 번갈아가며 특제소스에 한 번, 하얀소스에 한 번 찍어 한 입에 쏙 들어가게 밥과 연어를 숟가락 위에 올리니, 입이 쩍 벌어지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순간이다.  



사진으로 보니 오히려 가짜같은 느낌이다. 생고추냉이의 맛이 코끝을 시큰거리게 했다. 것도 여러차레.. 반갑다가도 멀리하고 싶은 맛이 바로 고추냉이맛이다. 이런 자극적이고 눈물나는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부름을 받다니.. 고추냉이, 너 참 대단하다. 



상큼한 레몬 한 슬라이스!



앙, 실파와 김가루는 장어 사이에 비집어 넣고 한입에 쏙! 지금 생각해보니 촉촉한 장어의 식감도 나쁘지 않았다. 장어 한번, 연어 한번 번갈아 먹었는데, 다음번에 온전히 하나에 몰입해보리라. 



부드럽게 입안을 가득 채우는 연어 식감도 좋았다. 특제소스가 발린 연어는 반짝이기까지 하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허겁지겁 먹다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더워지는 요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히 따뜻하고 부드러운 일본식 장어덮밥과 연어덮밥을 추천해본다. 요즘 날씨라 더 좋을 듯 하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 길 바로 앞, 귀여운 의자들이 일렬로 서 있다. 아마 대기손님 좌석일거라. 이렇게나 많이 준비해두다니, 손님이 많아서일까. 여튼, 귀여운 의자들과 잠시 터치터치 한 후 다시 일터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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