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서울스퀘어

줄리안 오피 Crowd 군중


한달에 한번 서울에 간다.

주로 본사에 회의를 들으러 가거나

워크샵, 기타 교육 등

년수로 내년이면 8년,

매달 1번 이상 서울을 오갔으니

서울 안가봤다 말을 못하겠다.

그런데 사실, 서울 지하철은

딱 본사까지 가는 길만 알뿐,

노선이 몇 개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항상 지하철에 많은지

매번 바쁜 출근길을 

한탄하며 서두를뿐,

서울을 즐겨본 적은 거의 없다.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면

7시 57분이다.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가야지

9시 시작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8시 30분쯤은 도착해야 

1층 커피숍에서 낭만따위 없는

정신차리기 위한 커피 한 잔 들이켜고

일단 들어가면 점심때까지 나올 수 없다.

점심시간, 늘 먹던 거기, 그곳을 찾아간다.

가끔은 일탈도 하고 싶지만

이미 몸은 지쳤다.ㅎㅎ

그래도 맛있다며 맛나게 먹고는

잠시 햇볕 쪼이며 서울와서 

이게 뭐냐며 한탄하며 오후 회의에 들어간다.

엉덩이에 쥐가 날 것 같은 자세로

해가 질 때쯤 모든 일과가 끝난다.

그럼 또 늘 가던 거기, 근처 어딘가에

소주 한 잔 기울이고는

재빠르게 막차를 타러 

지하철로 내달린다. 

서울역 - 지하철 - 본사 - 지하철 - 서울역

요렇게...


한 번은 동료들이 맘이 통해

이태원을 간 적이 있었는데

와, 이렇게 즐거울 수가.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음식이 그 음식이고

그 벚꽃은(봄이었다) 그 벚꽃인데

여긴 뭐랄까 달라보인다는?


이래뵈도 도시사람인데..

왠지 서울에만 오면 주눅드는?ㅎㅎ


물론 서울여행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열 손가락 안에는 안 들지만 5,6번

서울 구석구석 도보여행도,

덕수궁을 좋아해서 농치러 미술관을 가기도

인사동을 하루종일 거닐기도

땡볕에 남산 오르다 일사병걸릴뻔한 적도

내 고향에도 있는 케이블카 타고

괴성지른 적도

등등

서울을 여행한 적은 많은데

늘 이 곳은 새롭고 낯설다.


그 중, 대미는 바로 이거다.



서울역 앞 이 큰 건물은 무엇이며

저기 가득 채운 것은 무엇인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서울역 앞 이 큰 건물은 서울스퀘어

저기 가득 채운 것은

줄리안 오피의 Crowd 


부산 해운대구 어느 병원 건물 밑에도 

저 작가의 작품이 밤낮 켜있었는데

그때 이 작가를 알게되었다.

지금은 없어졌다.


줄리안 오피

1958년 영국 출신의 팝아티스트다.

팝아티스트하면 앤디 워홀을 떠올리겠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앤디 워홀을 뒤이어 세계적인 팝아티스트로

유명하고 인기있는 작가이다. 

다양한 세계 각 미술관과 건물에 다양한 컬렉션과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한 달에 한 번, 줄리안 오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다.


서울스퀘어 주소 :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541 서울스퀘어


서울스퀘어는 미생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곳인데 모르는 사람이 아마 없을 거다.

서울역을 나오면 안 보일래야 안 보일수가 없기

때문에...


서울스퀘어, 서울광장?

ㅎㅎㅎㅎㅎㅎ

서울스퀘어, 뭔가 서울스럽다.

정말 서울스럽다.

서울스퀘어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회사의 사무실이 

있을까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

뭐, 금방 시들해졌지만...

서울스퀘어의 그 상징성은

더 말해 무엇하리.


여튼, 줄리안 오피의 작품은 

서울스퀘어에서 상설전시 중이다. 

서울스퀘어 건물 4층부터 23층에 

설치된 4만 2000개의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나타난다.

단일 미디어 파사드로는 세계 최대규모.

아마 누구라도 

와, 헉, 엄마, 이야

외마디 안 지를소야.


막차를 타러 가는 딱 그 시간,

서울스퀘어 속에서 끊임없이 걷고 있는 이들, 

줄리안 오피의 군중은,


정말 단순하고 반복된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오히려 서울역의 부산하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풍경과 반대되어

그 감상이 배가 된다. 

노점상의 할머니, 아저씨들,

도저히.. 매번 헷갈리는 중앙버스노선 위

버스를 기다린는 사람들의 목빠짐,

서울역 입구를 나와 지하철로 미친듯이 내달리는

사람들의 바쁨,

왠지 서울스러운 비둘기들까지...

너무나도 많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속

군중 이미지는 

단순하고 부드럽다.

얼굴이 없다. 그렇지.

서울을 오가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본 적은 없다.

자연스럽게 팔과 다리를 흔들며

끊임없이 걷는 모습을 보노라니

자꾸 멍 해진다. 


줄리안 오피 특유의 단순성은 

풍경과 세세한 디테일도

과감히 없앤다. 뭔가 유심히, 아주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비현실적이지만 익숙하다. 

정말 자연스러운 팔다리의 정교한 움직임이

정말 사람이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세상의 풍경은 복잡한데

저 군중 속은 복잡하지 않다. 

복잡한 건 내 마음일 수도 있겠다.


서울스퀘어의 그 칼같은 각짐과

부드러운 군중의 움직임은

참 조화스럽다. 


바삐 막차를 타러 가는 길 위에서도

서울스퀘어 한번 힐끗 봐주고

나 왔다간다,

다음달에 보자!

인사하듯 웃음짓는다.


서울스퀘어의 다음 전시가 기대되어진다.

마치 서울행을 반겨주는 듯한 착각..ㅎ


Hello, 서울스퀘어!